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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 참고자료

 

■ 프로그램 : 독서코칭

■ 일시 : 17.08.11

■ 강사 : 송정은

■ 도서명 :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


참고 1. 김칠성(백영고 역사교사 / 서울대 박사)

 역사는 승자의 기록과 평가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역사란 승자 독식의 현재와 과거의 대화로 해두기로 하자. 그렇다. 일등에게만 환호하고 그 이외의 자들에게는 쌀쌀맞게 고개를 돌려 버리는 것이 세상 인심이다. 마치 선운사의 동백(춘백)이 필 때면 인산인해를 이루어 꽃구경을 가지만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버리면 발길을 끊고 마는 상춘객처럼 말이다. 가까운 예를 보자. 올해 2016년 7급 공무원 경쟁률이 1:288이다. 합격한 1명만 존재하고 나머지 287명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온간 영예와 특혜는 한 사람에게 돌아가지만 나머지는 어찌되는가? 진 자, 실패한 자, 거부된 자는 모멸, 조롱, 혹평을 받는다.


 나는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전체 구조적 틀 속에서 보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인간이 역사의 주인공이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역사를 보는 입장은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에게는 인간이 없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용어 혹은 관점이 있엇을 뿐이다. 알려진 드러난 역사는 극히 일부의 내용이다. 역사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감추어진 역사가 있는가? 아마도 이것이 전부일 텐데 말이다. 이긴 자, 가진 자, 능력있는 자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해석한다.


 '흑역사'란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은 과거의 일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인간이 시장의 효용가치에 따라 휘둘리는 사회에서의 삶의 존재가 늘 불안하다. 더군다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더욱 그러하였다. 대부분은 생존 때문에 모멸, 조롱, 치욕을 감내하면서 산다. 이때 이야기가 나오면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울렁거리고, 호흡이 급해진다. 울화가 치민다.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온갖 감정이 교차한다. 너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 이것이 바로 흑역사이다. 혹자는 위기는 기회라 말하며 위안을 삼으라고 한다. 이는 극히 소수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지 다수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괴로움을 가지고 산다.

 

 그렇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여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2000년 전의 한 인물을 보기로 하자. 사성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고 미쳐 있었다. 〈사기〉는 사마천 자신의 흑역사를 쓴 것이다. 그런데 차라리 죽는 것이 편했을텐데 그 치욕과 모멸을 어찌 견디고 〈사기〉를 썼는가? 그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7년 후 태사공은 이릉의 화를 당해 감옥에 갇히자 이에 깊이 탄식하며 말했다. "이것이 내 죄란 말이냐, 이것이 내 죄란 말이냐, 몸은 궁형을 당해 쓸모없이 되었구나." 그리고 물러가 깊이 생각한 뒤 말하기를 "무릇 〈시경〉과 〈서경〉이 간략하나 뜻이 깊은 것은 그 마음 속의 뜻을 실현하고자 해서였다. 옛날에 서백은 유리에 갇힌 몸이 되어 〈주역〉을 풀이하셨고 공자께서는 진과 채에서 고생하시고 〈춘추〉를 지으셨으며 굴원은 추방당하고 나서 〈이소〉를 지었고 좌구명은 실명하고 나서 〈국어〉를 남겼다. 손자는 다리를 잘리고서 병볍을 논했고 여불위가 촉나라로 쫗겨나고서 〈여씨춘추〉가 세상에 전해지게 되었으며 한비는 진나라에 갇히고 나서 〈세난〉과 〈고분〉 편을 지었다. 〈시경〉 삼백 편도 성현께서 발분하여 지은 것이다. 이러한 분들은 모두 마음에 울분이 쌓였으나 그의 도리를 표출해 낼 수 없어서 지난 옛일들을 서술하여 후진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태사공자서)


참고 2.

 인공 지능은 무서운 속도로 사회, 교육, 산업, 금융 등 모든 분야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과거 인터넷이 산업 판도를 바꿨듯이 인공 지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기업이 모든 산업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16년 3월 9일 인터넷 기업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바둑은 물론 인공지능 전문가들조차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겼던 '인간을 넘어선 인공지능'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후 IBM,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IT 업체들도 앞다퉈 인공지능을 공개했다. IBM의 인공지능 왓은은 의료, 법률, 세무, 고객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콜센터 모습도 크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업 마인즈랩과 솔트룩스는 2016년 말부터 채팅이나 음성에 알아서 답해주는 인공지능 상담원을 은행과 보험사 콜센터에 구축하고 있다. 사람의 경우, 전화 한 통 상담에 인건빈 1500원이 들지만, 인공지능 상담원은 150 ~ 500원이면 충분하고, 가격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16년 11월 가천 의대가 도입한 인공지능 왓슨은 암 환자들로부터 "처방과 진단이 엇갈리면 의사보다 왓슨을 따르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 그룹은 백화점 상품 판매 등 그룹 경영 전반에 인공 지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공업과 풀무원도 인공지능 전문가를 뽑는 등 전통 산업에도 빠르게 인공지능이 접목되고 있다. 한국의 LG전자와 중국 화웨이 등 스마트폰 기업들은 일제히 인공지능 비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일보 1위 통신기업 NTT 도코모는 날씨와 택시 운행 데이터, 휴대전화 이용 정보 등을 분석해 30분 뒤, 어느 지역에 택시 승객이 많을지 예측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일보네서는 보험회사인 후코쿠 생명 보험이 인공지능을 도입하면서 심사 부서 직원 34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사람처람 생각하거나 감정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슬기롭게 나눠서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 방안을 서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모든 분야에 결합되어 활용되면서 전기가 산업 구조를 바꾼 것처럼 광범위하고 비가역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은 특유의 오픈 소스 문화를 배경으로 어떤 영역보다 정보 개방과 지식의 공유가 만들어내는 선순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이 사회 각 부문으로 파급되듯 인공지능 연구 개발 행이 기존의 전통적이고 엄격한 다른 학술과 연구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인공 지능 기술에서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IBM 등 컴퓨터와 모바일 경쟁에서 기술 플랫폼의 위력을 절감한 정보 기술 거대 기업들이 개발자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한 시도가 개방과 공유로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은 교육의 영역에서도 개방과 공유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업계와 학생들의 수요가 가장 높은 인공지능 분야는 명문 대학의 인기 강의 상당 부분이 개방형 온라인 강의(MOOC)로 제공되고 있다. 2011년 미국 스텐퍼드 대학 서배스천 스런 교수가 개설한 인공지능 입문(Introduction to AI) 강의에는 세계에서 16만 명이 수강하며, '세계 최대의 강의실'이 만들어졌다. 캠퍼스도 없고 강의실도 없고 수업료도 없다. 온라인 대학이다. 학교가 제공하는 수업 자료를 바탕으로 각자 공부하고, 시간에 맞춰 교수 및 동료들과 온라인 화상 토론을 벌인다. 이것이 강의이다.


 기업마다 조급씩 투자하고 있지만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AI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나 제도를 정비해줘야 한다. 인공지능(AI)이라는 것은 결국 운영체제(OS)와 데이터베이스 엔진이 필수인데, 이런 것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접 감독 없이도 상당히 고도의 판단을 하는 일이 흔해질 경우, 이에 대한 책임, 의무, 권리는 과연 누가 가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인공지능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자율 주행차가 방향을 어느 쪽으로 돌리느냐에 따라 운전자나 보행자의 생사가 갈리게 된다면, 이런 결정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가 지도록 할지, 기계를 만든 업체가 지도록 할지,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입력한 업체가 지도록 할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이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창작의 영역과 프로그램 코딩의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제작한 작품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과연 누가 가져야 하느냐는 문제도 따져 봐야 한다. 모두 전례가 없어 사회적 논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난제들이다. 유럽의회는 이미 2016년부터 '로봇을 설계할 때 인간에게 해를 끼지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의무를 제조업체에 부과해야 한다.'거나 '로봇을 설계할 때 비상 상황에서 로봇의 작동을 멈출 수 있는 스위치를 포함해야 한다.'는 등 논의를 활발히 하고 있으며,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한국의 신기술 채택 속도는 세계 으뜸이다. 2015년 한국은 산업용 로봇 채택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한 나라였다. 한국은 2025년 제조업 노동력의 40%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로봇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인건비를 33%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곳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영향과 부작용이 클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인공지능은 엔진이나 전기처럼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기술들로 평가된다. 기술 변화와 사회 변화가 어디까지 미칠지 전망하기도 어렵다. 인공지능 연구 개발을 둘러싼 논란에서 아프리카 속담이 적용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인공지능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슬기롭게 나눠서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 방안을 서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4차 산업 혁명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새로운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 기회는 잡는 자의 몫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사람처럼 생각하거나 따스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친절함과 따스함을 로봇이 흉내낼 수 있을까?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슬기롭게 나눠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로봇은 결정적으로 나의 자리를 넘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적인 따뜻함과 친절함의 큰 자리는 언제나 인간들의 자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