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자 : 2018.11.20
한줄평 : 고생할 줄은 알았지만 정말 고생했다.
1. 사전 준비
•짐은 최대한 적을수록 좋다. 제주국제공항 1층에 있는 수하물보관소에서 8,000원에 캐리어를 맡기고 나중에 찾을 때 필요한 영수증을 받았다. (참고로 캐리어 찾으러 22:00 전까지 와야한다는 주의를 들었다.)
•부지런히 간다고 갔는데 탐라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281번을 기다리다가 하도 안 오는 데다가 10시 넘어서 성판악에 도착할 것 같아서 중간에 택시를 잡아 탔다. 애초에 친구 녀석이 10시까지 간다면 된다 했는데 그것도 잘못된 거였고 렌트카를 빌리지 않고 택시 탄 것도 잘못된 거였다.
•탐라장애인 종합복지관 버스정류장에서 상판악까지 15,600원 나왔다. 9시 50분. 좋아 10시 전에 도착했다!
2. 상행로
•한 여자직원 분이 중간에 말을 걸더니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주었다. 보통 3시간 잡고 정상까지 간다더라. 또 정상은 매점이 없어서 여기서 사갖고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남들보다 1.5배 빠르게 등산해야 했고 택시비로 멘붕이 와서 지갑을 더 열어볼 염두를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보통 상판악에서 올라 관음사로 향한다. 관음사 코스가 더 힘들기 때문이랬다. 코스는 상판악에서부터 속밭대피소(4.1 km, 1시간 20분), 속밭대피소에서 사라오름 입구(1.7 km, 40분), 사라오름 입구에서 진달래밭 대피소(1.5 km, 1시간), 마지막으로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정상(2.3 km, 1시간 30분)으로 간다.
•등산을 하면서 느낀 점은 동네 산과는 달리 현무암이 뾰족뾰족하게 나와있어 발을 땅에 대기 불편하다는 점이다. 나중에는 나무로 닦여진 길이 자주 등장해 좀 나아지긴 했다.
•또 드문드문 내가 해발 몇 미터이고 쉼터, 정상으로부터 몇 미터 남았는지 알려주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통해 성판악이 대략 해발 800-900미터임을 알게 되었다.
•상행로든 하행로든 등산할 때마다 목이 바짝바짝 탄다. 물병은 적어도 두 개는 들고 가야 하고 상행로에서는 속밭대피소와 사라오름 입구 사이에 있는 샘터를 꼭 이용해야 한다.
•사라오름입구는 갈림길 상에 있어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진달래꽃 대피소(하행지에서는 삼각봉 대피소)에서는 12시 이후로 입장을 제한한다. 늦게 정상에 오르면 하산 시 조난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람들 제치는 맛으로 오르면서 11시 반에 진달래꽃 대피소를 통과했다. 그때 나는 계속 힘이 솟을 줄 알았다.
3. 정상에서
•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계속 오르다 보니 12시 전후로 몸에 힘이 없고 다리는 계속 욱씬거렸다. 처음 쉰 이후 10분 걷고 1분 쉬다가 10분이 5분이 되고 1분이 되다가 나중에는 30초가 된 것이다. 초반에 주전부리도 챙기지 않았고 늦게 올라갔다는 부담감에 오버페이스를 한 것이다. (친구 녀석이 진달래꽃 대피소에서 라면 하나 끓여먹으라고 한 게 이렇게 깊은 의미가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 응원덕분에 12시 55분쯤에 도착했다.
•바람이 많이 불었고 기온이 평지에 비해 10도 이상 낮아 피부로 찬 기운이 느껴졌다. 초반에 더워도 점퍼를 입고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은 비오거나 안개낄 때가 많다고 한다. 운 좋게 맑은 날에 와서 좋은 사진을 많이 건졌다. 안개가 끼면 헬기장도 안 보이지 않았을까.
•백록담은 명불허전이다.
•사람들이 이거랑 같이 찍으려고 줄을 그렇게 길게 섰다. 한 번 찍으려면 족히 30분은 걸려 보였고 누구는 그런 것 때문에 빨리빨리 좀 찍으라고 성을 낼 정도였다.
•백록담 우점종은 까마귀다. 주 먹이는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일까.
•자동기상관측시설?
•아쉽게도 정상에서 1시 반에는 하산하라고 끊임없이 방송을 했다.
4. 하행로
•사실은 정상에서 정신 못 가누고 비몽사몽하던 터였다. 막상 하산하려니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았다. 그 모습에 지나가던 부부가 우유와 초콜릿을 나눠줬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하행로 코스는 정상에서 용진각현수교(2.7 km, 1시간 40분), 용진각현수교에서 삼각봉대피소, 삼각봉대피소에서 개미등(1.1 km, 50분), 개미등에서 탐라계곡대피소(1.7 km, 1시간 30분), 마지막으로 탐라계곡에서 관음사(3.2 km, 1시간)이다. 용진각현수교 앞에 있는 약수터에서 꼭 물을 충전하자! 그리고 개미등은 사실 특별한 게 없었던 것 같다.
•하행로 코스는 미끄러운 구간도 많고 거리가 멀어서 산행시간도 길다. 1시간 30분에 내려와서 관음사로 도착한 게 5시쯤일 것이다.
•하행로 코스에는 물이 고인 지점이 많았는데 전부 먹물처럼 까매서 주변 경치가 비춰 보였다. 아마도 현무암 가루가 물에 녹은 것 같았다.
•대신 하행로 코스는 볼 게 많았다. 웅장한 절벽이나 깎아지른 바위가 많이 눈에 띄었다.
5. 마무리
•한라산은 길도 빡센데 산행 시간도 길어서 꽤 힘들 것이다. 지리산, 설악산보다 체감 난이도가 많이 높을 것이다.
•쓰레기 버리는 곳은 각 입구에 있다.
입력 : 2018.12.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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