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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3강. How Nature Works

 

3강. 자연이란 무엇인가: 'How Nature Works'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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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Nature Works - Per Bak 

 

 

 

    새로운 철학을 제시하는 사람은 누구나 틀림없이 반드시 알아내고 싶은, 인생을 압도했던 질문이 있고, 아무도 알려줄 수 없기에 자기만이 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과학을 통한 새로운 세계관을 담아낸 《How Nature Works》은 Per Bak이 가진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왜 자연은 복잡한가?” 

 

    그가 보기에 분명히 이 세계는 Newton 법칙, Maxwell 법칙, 상대성 이론, 양자역 학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창조되고 역사가 형성되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너무도 납득하기 어려 운 일이었고, 그 당시에는 이런 논의조차 전무했었습니다. 사실 자연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여러 물체의 상호작용인 것은 명백했기 때문에 그는 위 질문을 좀 더 탐구하기 위해 복잡계 과학에 전념하게 됩니다. 

 

 

 

    그는 틀림없이 자연상에 존재하는 ‘복잡’한 현상들과 관련된 연구들을 찾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 “Gutenberg-Richter law”, “Zipf’s law”, 노르웨이 해안선의 fractal 구조 등을 보았고 복잡해 보이면서도 어떤 규칙성을 보이는 것을 보고 ‘chaos theory’는 자연을 설명하는 적절한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 연의 복잡성을 밝히기 위한 유일한 나침반은 복잡한 특성을 log-log plot으로 표 현하면 선형이라는 점이었고, 다양한 계를 고안한 뒤 그런 그래프를 그리는지 계 속해서 체크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는 모래성을 떠올리고, 마침내 자연을 복 잡하게 만드는 이론인 SOC(= Self-Organized Complexity)를 찾게 됩니다. 

 

    두 개 이상의 물체가 주어져 있으면 서로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그 계 는 하나의 에너지 상태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복잡계의 경우 그 에너지 상태는 상당히 복잡할 것이고,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받습니다. 그런데 그 계 내에 에너지가 축적되다가 틀림없이 임계점을 통과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계 가 순간적으로 들떠서 많은 에너지를 방전하게 될 것입니다. 에너지의 방전으로 다시 계는 임계점 전으로 돌아갈 것이고, 이 방전으로 인해 에너지 보존 법칙을 여전히 만족하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임계점(Complexity State) 근처에서 계의 에너지가 유지(Self-Organized)된다는 점에서 SOC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 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자는 위 현상이 개별 입자가 임계점 근처에서 일어 나는 현상들을 총합해서 본 것이라고 보았고, 그래서 이 현상이 ‘Scale-free’하다 는 점에 주장합니다. 

 

    그는 위 현상을 ‘모래성의 비유’로 재해석합니다. 어떤 직사각형 표가 주어 져 있고, 각 칸의 숫자는 그 칸에 올려져 있는 모래의 개수를 묘사합니다. 이제 매 시행에서 특정 한 셀의 모래 개수가 1 개 증가합니다. 만약 어떤 셀의 모래의 개수가 3개를 넘으면 그 셀의 모래의 개수는 0이 되고, 저자가 ‘avalnche’라고 부 른, 주위의 셀로의 모래의 이동이 일어납니다. 단, 표의 경계에 있는 셀에서 일어 난 avalanche가 일어나면 계 내부의 모래 개수가 줄어드는데 이는 계 밖으로 던 져진 모래를 의미합니다. 그러자 그는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때 avalanche는 scale-free하고(즉, 한 시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횟수의 avalanche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 계의 어떤 특성도 멱법칙(Power’s law)으로 나타납니다(흔히 보여지는 정규분포를 가지지 않다는 것). 예를 들면 몇 차례의 시행을 한 뒤 규모에 따른 avalanche의 횟수라든가 n 번 시행에서 가장 큰 avalanche의 규모 f(n)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chaos theory’와 관 련해서 모래를 계에 투입하는 경로가 무작위적이면 멱법칙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하여 복잡한 현상은 본래 혼란과 혼돈의 원리가 아니라 질서 있는 규칙 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복잡하게 ‘보이는’ 현상임을 재차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위의 비유를 통해 세계를 이해했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그는 음성 피드백의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계나 개별 입자가 상호작용하지 않는 계(ex. 기체, 결정구조)는 avalanche가 전혀 일어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avalanche만이 만들 수 있는 복잡함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자 역사, 진화, 지질학과 같은 soft science가 복잡하게 보이는 것은 모두 SOC에 근거한 특성으로 해석될 것만 같아서, 그는 주위의 모든 현상을 SOC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누군가는 이론이 ‘너무 산으로 갔다,’고 비난할 지 모 르지만, Carl Popper에 따르면 틀릴 위험이 높은 이론은 좋은 이론이기 때문에 이 러한 그의 노력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론은 이미 진화론에서 ‘단속평형설’과 지질학에서 지진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지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이 예측하는 바가 논란이 되는 영역은 사회과학과 인지과학입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는 각종 재난, 재해 는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유는 먼저 재난, 재해와 같은 것은 입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 avalanche이기 때문에 계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의 지식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자연의 미묘한 부 분까지 몽땅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한 차례의 재난, 재해를 막는다고 해도(즉, 모래성에서 모래 한 알을 막는다고 해도) 어차피 또 다른 재난, 재해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지과학에서, 그는 ‘생각’이란 것도 그저 뉴런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일 어나는 현상일 뿐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뇌의 기능이 ‘critical’하 다는 점은 역치 전위로 설명할 수 있었고, 반응을 일으키는 ‘모래알’은 외부 자극 이었습니다. 또한 ‘Self-Organized’는 재분극과 환경으로부터의 피드백을 통한 시 냅스 네트워크의 변화였습니다. 그는 뇌가 마치 뉴런들이 격자와 같이 배치되어 있고, 초기에 임의의 네트워크가 주어져도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특정 반응을 완수하는 네트워크를 갖춘다고 보았습니다.  

 

    저는 언젠가 경제 공황과 호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거나 재난과 같은 경우 는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접한 적이 있었고, 이것의 통계적으로 보여주는 매 끄러운 직선은 정말 SOC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했습니다. 사실 현상의 복잡성 과 복잡계가 보여주는 멱법칙도 또한 언제나 환원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SOC라는 것은 저에게 있어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Zipf가 보여준 어휘에 대한 멱법칙도 합리적이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 는 생명의 특성에 대한 저자의 견해에 전혀 공감하지 않습니다. 

 

    우선 그가 이해하고 있는 ‘생각’ 알고리즘이 많은 점을 생략하고 있다고 생 각합니다. 저는 뉴런은 위계 질서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외부로부터 정보가 주 어지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뉴런이 있고, 그 정보의 종류에 따라 그 뉴런은 연결 된 뉴런들 중 특정 뉴런에게 정보를 전달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멀티테스킹 이 불가능하고 언제나 자기가 만들어진 사고 패턴에 따라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자가 “어? 내 이론과 다를 게 없는데?” 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모델에서 두 가지 흥미로운 현 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 상황에 대해 두 가지 반응을 빠르게 번갈 아 하면서 두 개의 모순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아 인슈타인은 등속으로 움직이는 관성계에서는 뉴턴역학과 전자기학이 서로 모순된 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둘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아인슈타인으로서는 판단할 재 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둘 중 한 사고에 대한 시냅스를 ‘임의로’ 제거해서 기존 의 상황보다 인식의 긴장감이 줄어들었을 때 그런 네트워크를 채택한다고 생각합 니다. 더욱이 “새로운 생각을 떠올려야 한다,”는 자극을 받았을 때, 그 개체가 뇌 에 어떻게 접속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리는 때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임 의적인’ 시냅스를 실험적으로 만들어서 신선하다고 느껴진 어떤 시냅스 네트워크 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자 인간의 뇌에는 ‘임의적으로’ 무언가를 하게 할 주사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지과학에 대한 견해뿐만 아니라, 저자는 앞 부분에서 양자역학의 확률 의존적인 특성을 인정했으면서 이 세상의 모든 복잡한 것들은 뉴턴 역학을 기초 로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양자역학도 거시적 세계에서 보면 뉴턴 역학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 상관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 겠습니다. 단순히 무작위적인 확률로 현상이 일어나기만 한다면 그런 생각은 합 리적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특정 방향을 향해 비가역적으로 일어나는 확률적 반 응이 존재할 것이고, 그 중 하나가 ‘생각’이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생 각뿐만 아니라 세대를 통한 유전 정보의 전달 같은 과정은 비가역적인 양자역학 적인 과정(ex. 돌연변이)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바로 생명이 특별한 이유라고 생 각합니다. 

 

    그는 재난은 막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역사는 반복되고, 언어와 같은 인간 행위는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따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분면 전쟁의 역사로 보건데 흥망성쇠를 반복한 것은 맞지만, 인간의 지성의 역사는 비가역적이었습니다. 또한 인간 행위가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따른다고 했는데, 언제나 창의적인 생각은 비연속적이고,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통계적 결과일 뿐입니다. 

 

입력: 2015.11.12 10:42

수정: 2024.01.12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