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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4강. The Library of Babel

 

4강. 인간은 특별한가: 'The Library of Babel'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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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brary of Babel - by Jorge Luis Borges 

 

출처 : DALL.E

 

Borges <The Library of Babel>에서 우주가 곧 하나의 도서관인 하나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6각형의 책장 정도의 높이를 가진 공간이 무한하게 포개져 있고, 6각형의 영역을 모두 꿰뚫는 무한히 긴 나선형의 계단 길이 중앙에 위치한다. 6각형 공간의 두 쌍의 마주보는 변에는 각각 5개의 책장이 서 있고, 책장이 서 있지 않은 한 쌍의 변에는 나선형의 계단 길로 향하는 입구가 있다. 각 책장에는 35권의 책이 있고, 각 책은 410 page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페이지는 40개의 줄이 있고, 각 줄에는 80개의 글자가 있다. 물론 각 책은 책을 제본하는 book spine 부분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다.

 

저자가 묘사하는 도서관에는 몇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첫째, 각 책은 모두 동일한 형식(글자의 색깔이나 폰트, 자간 등)으로 쓰여져 있고 22개의 글자와 쉼표, 마침표, 빈 공간으로 총 25가지의 문자로 쓰여 있다 (규칙 1). 둘째, 도서관은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존재한다 (규칙 2). 셋째, 어떤 두 개의 책도 같지 않다 (규칙 3). 넷째, 도서관은 모든 조합의 가능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 (규칙 4).

 

그렇다면 그 도서관은 특별한 함축을 이끌어낸다. 한 권의 책에는 총 410 × 40 × 80 = 1,312,000개의 글자가 쓰인다(빈 공간 포함). 각 글자가 들어가는 자리에 25 종류의 문자가 올 수 있으므로 규칙 3 규칙 4에 의해 총 51,312,000개의 책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 그런데 충분히 25가지의 단어로 유의미한 텍스트를 가지고 있는, 도서관이 요구하는 형식에 맞는 책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장 생각해 보더라도 어떤 사람의 이름이라든가 최근에 무슨 일을 했는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는 무엇인지 등의 책들이 도서관 안에 비치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의 미래를 담은 책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도서관 내 인류도 이러한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그 뒤 세계가 ‘Vindicated’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인류는 처음에는 굉장히 들떴다. 그들의 삶에는 언제나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서 이 우주의 미래를 안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우주가 결정되어 있다면 그들 자신도 결정되어 있다는 무서운 진실이 인류에게 드러냈다. 인류는 그들 자신은 굉장히 특별한 존재이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존재이기를 바랬고, 또 그래야만 했다. 그들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기계 태엽과는 다른 무엇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서관의 어딘가에 있을 책이 자신의 운명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존재가 그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인형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그 책을 찾아서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야 했다.

 

“The first impression was one of the extravagant happiness. … There was no personal or world problem whose eloquent solution did not exist in some hexagon. The universe was justified, and the universe suddenly usurped the unlimited dimensions of hope. At that time a great deal was said about the Vindications: books of apology and prophecy which vindicated for all the acts of every man in the universe and retained prodigious arcana for his future.” (p. 3)

 

도서관에서 그 지혜의 책이 어딘가 존재하기에 그 책을 찾는 것은 achievable했다. 하지만 책의 양이 너무나 방대해서 “the catalogues of catalogues”를 찾는 것이 Borges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방대한 양 속에서 유의미한 목록을 찾을 수 없었기에 어떤 이들은 서로 다투고, 다른 어떤 이들은 책들을 불태웠다. 또 어떤 이들은 언젠가 지혜의 책을 읽었다고 전해지는 “the Man of the Book”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이제 도서관 인류는 그런 것들이 허황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충분히 진실된 한 권의 책이 있다면 그 책에서 단순히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살짝 바꾼 굉장히 많은 수의 거짓된 책이 존재하고, 그것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누구에게도 진실된 책은 inaccessible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다소 절망적으로 전하고 있다.

 

“As was natural, this inordinate hope was followed by an excessive depression. The certitude that some shelf in some hexagon held precious books and that these precious books were inaccessible, seemed almost intolerable.” (p. 4)

 

하지만 그는 인류가 정말 특별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찾았다. 그는 인류를 단순한 문자들의 나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의 질서를 찾아낼 수 있는 존재로 규정하였고, 비록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겠지만 누군가는 “the Order(신적인 질서)”를 발견하리라고 굳게 믿었다. “the Order”를 이야기 하기 위해 그는 그 도서관이 무한하다는 것을 고집할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무한한 공간 속에 유한한 개수의 책들이 있다면 유한한 공간이 무수히 반복되어 무한한 크기의 도서관을 이루면서 그가 생각하기에 거의 유일한 신적 질서였기 때문이다.

 

“If an eternal traveler were to cross it in any direction, after centuries he would see that the same volumes were repeated in the same disorder (which, thus repeated, would be an order: the Order). My solitude is gladdened by this elegant hope.” (p. 6)

 

Borges <The Library of Bible>는 이후 많은 SF 작품의 모티프가 되었다. 특히 ≪Interstellar≫에서는 주인공 쿠퍼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뒤 “The Library”를 연상시키는 책장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블랙홀의 표면에 이 세상의 모든 정보가 사영되어 시간과 공간의 정보가 공존한다는 이론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 책장의 의미는 이 세상의 모든 정보라는 의미에서 “The Library”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Borges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그는 단순히 세상을 도서관에 빗댄 것에 그치지 않고, 인류가 특별하다는 것을 다시 정의했기 때문이다. 과학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차이가 모호해지면서 인류의 지위가 하락했다. 그리고 이성이라는 유일한 가치마저 Ⅰ, Ⅱ차 세계대전으로 무너져 버렸다. 더 이상 인류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고, Borges는 이에 굉장히 Melancholy(우울)했다. 그는 하나의 희망을 제시했지만,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마저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인류는 정말 특별한 걸까?

 

입력: 2015.10.19 19:48

수정: 2024.01.12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