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량살상수학무기
저자 : 캐시 오닐
옮긴이 : 김정혜
출판사 : 흐름출판
서평 :
캐시 오닐은 버나드 칼리지에서 수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그러다가 보수적인 학계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증권시장에서 일하고 싶어하여, 미국 내 최고의 헤지펀드였던 디이 쇼에 이직하였다. 이곳에서 그녀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본질을 목격했다. 그녀는 그 원인이 소수의 지식인에게 그토록 거대한 시스템이 맡겨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금융위기는 기본적으로 미국 내 만연했던 주택담보대출에서 기인했다. 주택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만일 대출자가 채무를 불이행하여 파산을 선언하면, 채무자가 법적 보호를 받으면서 대출 은행은 대출금을 전액 회수할 수 없게 된다. 또 대출자가 대출금을 조기상환하면 은행은 재미를 많이 보지는 못한다. 그런 고민 하에 투자은행들은 1980년대 수천 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매입해 하나로 묶은 후 증권화했다. 증권화된 주택담보대출은 일종의 채권으로 다양한 금액대의 대출을 가능하게 하여 대부분의 대출자가 대출금을 제때 상환한다면 순조로운 수익흐름이 예상될 터였다. 이러한 주택담보대출은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모든 대출자 및 투자자들은 안전하고 유동적인 주택 증권을 거래하고 싶지만, 주택 증권은 불투명했기 때문에 신용평가 기관의 평가 등급만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신용평가 분석가들은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복잡하고, 권위 있으며 비전문가들에게 배타적인 시스템을 제시했다. 그러자 분석가들은 주택에 부당하게 높은 등급을 매겨주는 대신 뒷돈을 챙기는 관행이 만연해졌다.
1999년 재무부 장관인 앨런 그리스펀은 대공황의 잔재였던 글래스-스티걸법을 폐지했다. 이 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경계를 없애서 대출자들이 더 쉽게 대출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더불어 IT 버블의 붕괴, 9·11 테러, 이라크 전쟁 등으로 미국 경기가 악화되자, 2000년대 초반 경기부양책으로 초저금리 정책이 펼쳐졌다. 즉, 대출이 더욱 쉬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융자 금리가 인하되었고,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여겨진 부동산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들었다. 주택시장이 호황이 되자 주택담보대출 업체들은 대출 부적격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줌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그렇게 얻은 주택을 로비를 통해 높은 등급으로 만들어 주택담보시장에 내 놓았다. 또한 빅데이터를 모르는 투자자, 대출자들은 평가관들과 증권가들이 말하는 높은 신용등급과 수익률을 곧이곧대로 믿어서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 폭등했다.
2007년이 되자 과열된 부동산 금융시장에 3조 달러 규모의 비우량 주택대출이 유입된 상태였다. 이미 엄청난 부실 자산이 금융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애초에 거래될 수 없는 주택이었으므로,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회수불능사태에 빠져 손실이 발생했고 여러 기업들이 부실화됐다. 무작정 부동산을 구입했던 사람들의 손에는 휴지 조각이 된 증서 뭉치만 남게 됐다. 2007년 7월 은행 간 금리가 급등했는데, 이는 은행끼리 서로의 상환 능력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금리의 급등은 버블의 붕괴를 가속화했고, 미국의 대형 금융사, 증권회사의 파산이 이어졌다. 미국은 세계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므로 세계 경제시장에 타격이 가해졌다. 전세계적 대책이 강구되고 달러를 많이 보유한 중국의 도움으로 자본주의 시장이 붕괴되는 것은 다행히 막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은 등급을 매기는 사람들에게 기인했다. 그들은 막대한 뒷돈에 점점 중독됐고, 등급 모형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게을리 했다. 그들은 정확성, 공정성을 내세우며 기존의 시스템보다 우월함을 주장했지만 개선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증권 시장만 보더라도 끊임없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전혀 정확하지 못했다. 또한 권위를 내세우며 비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내재적 편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의 무비판적 태도 하에 전혀 공정하지 못했다. 저자 캐시 오닐은 빅데이터가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으며 새로운 전제정치가 잉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은 평등해야 한다. <대량살상수학무기>를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게 해 준 강력한 힘이다. 이를 소수의 지식인이 독차지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는 권위자 혹은 상급자의 일방적 발언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며, 사회가 관료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입력: 2018.04.17 23:58
'▶ 역사과학 > ▷ 경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제사】 4강. 수확체증의 법칙 (0) | 2019.07.04 |
---|---|
【경제사】 3강. 수확체감의 법칙 (0) | 2019.07.04 |
【경제사】 2강. 무역의 시작 (0) | 2019.07.04 |
【경제사】 1강. 자본주의의 단계 (0) | 2019.06.26 |
【경제사】 기니 만 유전 분쟁에 관한 발표 자료 (0) | 2016.06.21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