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의 현재,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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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줄곧 앞으로 성장하게 될 5대 혁신 분야가 바이오, IT, 우주, 양자, 환경이라고 말해 왔다. 그 중 바이오는 무엇일까? 바이오는 크게 제약산업과 관련된 red bio, 식품산업 및 화장품 산업과 관련된 white bio, 환경과 관련된 green bio로 구분할 수 있지만... 시장의 크기로 보면 결국 제약 산업이 앞도적으로 크다. 약 1,700조 정도? 비만 치료제 하나가 한 국가를 먹여 살릴 수도 있기에. (`'기적의 약' 시총, 명품 루이비통도 추월…덴마크 먹여살린다`) 결국 바이오 = 제약산업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초코파이 회사로 알고 있었던 오리온도 올해 초 제약 분야에 뛰어든 것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온, 레고켐 5500억에 전격 인수`) 필자의 경우에도 유학 입시를 하면서 세 bio 분야 중 red bio를 타겟팅 해야, TO도 많고, 합격률도 높고, 펀딩도 높고, faculty position도 많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런 통찰을 하고 보니, 식품 회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그리고 화장품 회사는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 약제를 통해 제약산업에 진출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요즘이다.
24년 4월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세계에서 가장 큰 학회로 손꼽히는 미국 암학회(AACR)에 갔을 때 대부분의 plenary session이 공간전사체와 관련돼 있고, 연구 포스터도 공간전사체와 관련된 연구가 상당히 많았다. Aviv Regev 교수님은 공간전사체의 다음 단계는 perturbed spatial single-cell omics의 시대라고 진단했고, Dana Pe'er 교수님은 공간전사체의 다음 단계는 spatiotemporal omics (tranjectory) 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공간전사체에 열광하고, 왜 다음 단계는 perturbed spatiotemporal omics인가? 생물정보학을 조금이라도 접해 보았다면, bulk RNA-seq의 경우 batch effect removal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뀌지만 single-cell omics, spatial omics의 영역으로 가면 cell type에 따른 유전자 발현을 본다던가 tissue region에 따른 유전자 발현을 볼 수 있어서 분석의 신뢰성이 크게 높아진다. 또한, A와 B 영역 사이에 공간적으로 C가 놓인다던가 하는 정보는 우리가 완전히 활용하지 못할 정도로 많아 보인다 (물론 이를 좀 더 수학적으로 접근한 spatial statistics라는 학문이 있다). 이렇게 질환 및 약물에 대해 신뢰성이 높고 우리의 인지를 초과할 정도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spatial omics가 주는 특이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spatial omics는 단순히 공간적으로 여러 개의 변량의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이라서 인과 추론까지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3-5년 뒤에 등장할 perturbed spatiotemporal omics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생물학에 대한 인과 추론을 자동화한다. 이 흐름을 본 것일까. 물리학과, 공대 등이 biophysics라는 이름으로 생물학적 신호를 읽으려는데 집중하는 트렌드가 눈에 띈다.
그런데 멀티오믹스가 제공하는 정보는 너무 많아서 이미 우리의 인지 가능 범위를 아득히 초과한다. 그리고 나는 이 인지의 지평선을 뛰어넘은 정보들을 `관측기기로서의 AI`를 통해 비로소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ChatGPT는 아직 패턴 매칭 수준의 답변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여 논리적 추론을 한다고까지 할 수 없다. 그래서 논리적 추론을 하는 우리가 ChatGPT의 답변이 틀렸는지 아닌지를 금방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Google DeepMind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논리 추론을 하는 AI를발명했으니 그게 AlphaGeometry이다. 소위 IMO 기하문제를 풀 수 있는 AI이다. 그렇지만 이 모델은 1) 등식 문제가 아닌 부등식 문제를 풀 수 없고, 2) 확정 명제가 아닌 불확정 명제를 기반으로 논리 추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불확정 대규모 비교 명제에 대한 논리 추론 모델이 근미래에는 충분히 등장할 것으로 생각되고 (Google DeepMind가 이 문제의 중요성을 모를 리가 없다. 그리고 필자도 현재 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인지 범위를 뛰어넘은, 즉 해석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perturbed spatiotemporal omics에 논리적 결론을 내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AGI의 다음 단계는 논리 추론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perturbed spatiotemporal omics 및 불확정 대규모 비교 명제에 대한 논리 추론 모델은 단순히 '읽기'를 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 다음은 '쓰기'를 하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결국 약물 생산 기술과 결합하여야 하며, 그 중에서도 고속 약물 생산 기술(high-throughput drug screening technology)일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노벨상을 수상한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사용하면, 바이러스에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가하여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만듦으로써 특정 타겟과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펩타이드를 생산할 수 있다. 이렇듯 이미 타겟(target)과 인디케이션(indication)이 정해지면 약물을 빠르게 대량생산 할 수 있는데, 그 타겟과 인디케이션을 앞서 소개한 자동화된 '읽기' 과정을 통해 탐색할 수 있다. 그러므로로 신약 개발은 자동화될 수 있다. 이미 빅파마는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Lutathera를 시작으로 Novartis는 자동화 가능한 RLT 약제 개발 및 M&A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Novartis to Buy Mariana Oncology for Up to $1.75 Bln in Boost to Radioligand Therapy Business`, `암세포만 콕 집어 피폭... 착한 방사성 의약품이 뜬다`), Astrazeneca는 Enhertu를 시작으로 ADC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다. small molecule은 자동화 가능성이 떨어져서 (∵ 타겟과 인디케이션 분석이 잘 안 됨),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작년에 취리히 공대와 Roche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박사과정 입시를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오가노이드를 대상으로 약물 처리 + 시공간 오믹스 정보를 얻으려는 것으로 보여서, Roche도 신약 개발 자동화 흐름을 따라가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실제로 UC Berkeley에서 발표한 A-lab은 신약 개발의 자동화를 위한 프로토타입인 실험실 자동화 개념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신약 개발 과정이 자동화 되더라도, 상당히 많은 일자리가 생성될 것이고 AI가 전부 대체하기 어려운 고맥락성이 엿보인다. 이러한 분야를 나는 '대규모 고맥락 산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신약 개발의 경제적 효과는 너무나도 크기에, 이 흐름을 누가 타는지가 앞으로의 세계 패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입력: 2024.06.1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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