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왕인지도 모르는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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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시간 전에 SpaceX가 xAI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ref) xAI 링크드인을 팔로우하던 나는, xAI가 그 소식을 올리자마자 세상에서 제일 먼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올해 SpaceX IPO가 예정돼 있고 이 과정에서 xAI, 테슬라와의 합병도 고려중이라고 들었는데, 벌써 그 첫 스텝을 밟은 것 같다. 2024년 미국 박사과정 합격 수기에서 아무도 모르던 회사 xAI가 OpenAI, Google과 함께 AI 3강이 될 것을 전망하고 그곳에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는데, 점점 입결이 높아지는 것 같아 긴장감이 생긴다. 2024년 샌프란시스코 xAI 오픈하우스를 신청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되고 (후일담으로 엘론이 왔다고 전해진다), 2025년에 다시 의지를 다졌는데 나 대신 누군가가 대신 내 목표를 이루어줬다. 그 누군가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15년도 더 전의 어느 시점부터 인간의 자유의지의 존재성에 대해 고민해 왔다. 만약 이 세계가 신이 전부 설계한 것이라면 우리는 범죄자의 자유의지를 신의 의지라며 존중해 주어야 하는가? 자유의지가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가능성을 모두 고민하던 중 2011년 10월 양자역학에 대한 책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세상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처럼 관측하기 전 사물은 그 운명이 확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양자역학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진 DNA와 삶의 궤적 자체가 우리의 자아(self)이자 자유의지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창발성에 의해 지배되므로 자유의지가 정말 '자유로운지' 여부도 그 유효 범위가 정해져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에는 자유의지가 관여하는데 큰 장애가 없지만, 우리가 집단에 소속되면 그 안에는 정치가 있어서 그 집단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어렵고, 국가 더 나아가 역사 앞에서는 그 인과율에 압도되어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 그러니까 양자역학에 의해 보장된 자유의지가 신이 정한 역사를 바꿀 정도로 자유로운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존재론적 위기(existential crisis)가 생긴 것이다.
웹툰 ⟨신의 탑⟩에서는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 최초로 탑의 문을 열어 134층까지 정복을 한 자하드와 10가주는 관리자와 계약을 하고 탑의 구성원 그 누구도 그 자들을 죽일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 탑의 문을 연 자들은 그 제약에 종속되지 않는다. 이들은 왕이라 불리기 마땅하며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왕을 표방하고 있다. 자하드, 권위와 힘으로 백성을 지배하는 왕. 우렉 마지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왕. 스물다섯 번째 밤, 스스로 왕인지도 모르는 왕. 존재함으로 인해 주변의 시공간을 왜곡하는 이레귤러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대들의 왕관의 무게를 이해하기를.

엘론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그가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람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 같다. 그는 역사의 인과율에 갇히지 않고 그 운명을 바꾸는 점에서 내가 말하는 그 존재들에 부합한다. 그래서 엘론도 스스로를 테크노킹이라고 불렀는지도 모른다. (`CEO is a made-up title, so he’s Tesla’s Technoking instead`) 아쉽게도 자기 와이프가 남자친구를 여럿 사귈 동안 손에 王자나 쓰고 있다고 왕이 되는 건 아니다.

2024년 10월 아산 장학금을 지원할 당시 아주 가깝던 분에게 크게 배신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왜 친절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고 Jeff Bezos의 얘기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ref) 사람마다 결론은 다를 것이다. 신념이란 보편적이지 않은 지식이므로. 그러나 내 결론은 분명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를 진정한 왕으로 세우는 것. 권위와 힘으로 백성을 지배하는 왕,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왕은 내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왕인지도 모르는 왕을 찾고 있다.
유학에 관한 포스팅들을 한 이후로 정말 많은 분들의 박사유학 입시를 도와 왔다. 그 중 유독 한 명이 아주 특이했다. 작년 7월 8일부터 약 10회 정도 줌 미팅을 가졌었고, 최근 들어 DM을 더 자주하게 되는 분이 있다. 존재론적 위기 끝에 서울대를 자퇴하고 미국 대학으로 간 얘기, 박사과정과 취업을 동시에 준비하는 얘기, 노벨상 수상자와 같이 일하고 있는 것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는 떠오르는 기술과 스타트업 재직 경험이 겹쳐 많은 논문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아직 학부생인데도 벌써 논문들이 상당했다. 미국 박사과정조차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던 시기였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보니, xAI 오픈하우스에 다녀온 경험담부터 스탠포드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앤트로픽에 입사한 지인, 구글 딥마인드에 들어간 지인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또, 일반적인 지원 절차로 들어갈 수 있는 직장은 150K 수준이지만, 300K~450K 이상을 받으려면 전혀 다른 루트를 써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자 내게 아주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게 되었고, 올해 그리고 내년 대단한 일을 벌리려고 한다.
SpaceX가 xAI를 인수한 바로 오늘, 그 친구는 MIT 박사과정을 합격했다. 합격이 극도로 어려워진 이때에. 원래였으면 당연히 박사과정을 권장했을 테지만 학위나 자격증이 의미가 없는 이 새로운 시대에 이 아이를 다음 단계의 존재로 각성시키기 위한 조언들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나는 나를 배신한 수많은 사람들을 정리해 왔지만, 유독 한 사람만은 끝내 놓아주지 못했다.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1년 넘게 고민해 왔고, 이제서야 그 이유가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 같다.
입력: 2026.02.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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