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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로맨스 스캠 사기와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

 

로맨스 스캠 사기와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

 

추천글 : 【철학】 철학 목차 


 

최근 이즈그리민 출판사와 함께 추리 소설을 준비하면서 소개팅 앱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생겼다. 한 번 직접 써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여러 앱을 다운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탄탄"이라는 앱이었다. 이 앱은 좋아요가 서로 매칭될 때 대화가 가능해지는 일반적인 구조였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 좋아요를 빠르게 눌렀더니 한 명과 매칭이 됐다. 나중에 보니 두 명 정도가 더 매칭된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 버지니아 주 Mclean에 사는 '안네'라는 사람이었고, 나이는 28살이었다. 대화방이 열리고 몇 번 대화를 나눴다. 처음 이상하게 느낀 점은 대화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앱은 어디서 수익을 확보하는지 궁금했다. 상대방은 WhatsApp으로 대화를 이어가자고 제안하며 전화번호를 건넸다. 두 번째로 이상하게 느낀 점은 어떻게 나를 믿고 전화번호를 줄 수 있었는지였다. 

 

WhatsApp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먼저 사진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타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해 보이긴 했지만 얼굴의 장축 대 단축비가 분명히 달랐다. 그래서 세 번째로 이상하게 느낀 점은 상대방이 다른 사람의 사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상대방은 자신을 '피니'라고 소개하며, 타이완에서 왔고 현재는 뉴욕시 Queens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네 번째로 이상하게 느낀 점은 이 정보가 어플에 있는 정보와 달랐다는 점이었다. 그것에 대해 물으니 개인정보 도용 때문에 타인의 사진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대화하고 있는 당신은 정말 당신인가? 다섯 번째로 이상하게 느낀 점은 난 한국에서 왔다고 말했는데 대화 중간에 어디서 왔는지 재차 물으니 자기 자신도 한국에서 왔다고 말했다. 급하게 말을 고치긴 했지만 의심이 생겼다. 진실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말을 만드는 느낌이 들었다. 여섯 번째로 이상한 점은 임대료가 월 $5,800인데 훨씬 많이 버니 상관 없다고 얘기한 것이다. 심지어 맨허튼에서도 $3,000 정도로 충분히 저렴한 곳을 구할 수 있을 텐데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는 느낌이 늘었다. 

 

대화를 나누다가 자기는 결혼까지 갈 수 있는 진지한 관계를 원한다고 했다. 자기 자신이 93년생(31살)이니 늦은 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곱 번째로 이상한 점은 31살이 늦은 나이라는 가치 판단은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라는 것이었다. 동아시아에서 만혼은 흔한데 31살을 두고 늦은 나이라고 말할 여성이 얼마나 있을까? 자기가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다. 그런데 11월 8일 기사를 올리고는 그 기사를 보고 투자를 했다는 것이었다. 11월 8일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건가? 나한테 비트코인 투자를 해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나는 사업 소득 증대를 위해 투자를 하지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우리가 진지한 관계를 가지려면 내가 비트코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다시금 얘기했다. 자신이 도와줄 수 있다면서. 자신한테 송금해 달라는 의미겠지. 아홉 번째 레드 플래그. 그것이 이 이야기의 끝이다.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뉴스기사

 


 

일부 소개팅 앱은 별도로 고용된 에이전트가 대신 채팅방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 도용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앱(탄탄)은 마치 로맨스 스캠 사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중국에서 만들어서 규제도 별로 없는 듯 하다. 혹시 모를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이 글을 남겨 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논리적 추론을 하는 AI가 있다면 사기 범죄가 더 정교해지지 않을까.

 

설령 그녀가 진실을 말했더라도, 자신의 욕심(즉, 결혼을 서두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상대방을 재촉하는 행위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 번째 문제는 상대방이 그 인간관계를 모종의 사기로 의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는 듣는 상대방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는 점이다. 아무나와 당장 결혼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게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 전략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어린 시절의 염원을 과연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실제로 Jeff Bezos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All of my best decisions in business and life
have been made
with heart, intuition, guts.
And, not, not, the analysis.
...
Will you guard your heart against rejection?
Or, will you act when you fall in love?

 

 

그에 따르면 직관과 본능은 특히 연애와 결혼 문제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게 있다면, 인간관계에는 집착이 필요 없다. 혼자 있는 게 당연하고, 같이 있어 주면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고 고마워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입력: 2024.11.11 21:29